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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내 지도교수였던 정신과 S교수님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을 지니셨다. 강의실의 분필가루 속에서도, 연구실의 고요한 공기 속에서도 그 눈빛은 변함없이 빛났다. 하지만 그 눈빛이 가장 환하게 번지던 순간은 의외로 학문 이야기가 아닌 골프와 그 주변의 일화 속에서였다.
그분이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으로 연수를 갔을 때의 이야기다. 실험과 보고서 사이 틈을 내어 골프장을 찾았고, 마치 팽이가 회전하듯 부드럽고 힘 있게 휘두른 티샷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그 사진은 단순한 추억으로 끝나지 않았다. 연구실 한쪽 벽, 책장 위쪽에 큼지막한 액자로 걸려 있었다. 방문한 누구든 그 사진을 보게 마련이었고, 교수님은 그 앞에서 짧게 웃으며 “저게 바로 내가 미국에서 날렸던 최고의 샷이야”라고 자랑하곤 했다. 바람에 부풀어 오른 흰 셔츠, 그리고 저 멀리 푸른 하늘 속으로 사라진 골프공이 그분의 젊음과 자유를 증명하는 듯했다.
어느 날 교수님은 차를 마시며 조금은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최태민도 치료했어.” 세상에서는 온갖 이야기로 회자되던 인물이었지만, 교수님은 마치 흥미로운 여행담처럼 그 일을 꺼냈다. 골프 티샷 사진처럼, 그것 역시 자신의 이력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방’인 듯했다.
그 시절의 세상은 지금보다 느리게 흘렀다. 뉴스 속 정치 이야기는 라디오의 먼 잡음처럼 스쳐 지나갔고, 내 마음을 붙잡았던 건 교정 위 햇빛과 바람, 그리고 필름 속에 갇힌 웃음들이었다. 강의가 끝나면 나는 카메라를 들고 걸었고, 교수님의 벽 속 티샷 사진이 내 머릿속 한켠에 자리한 채 셔터를 눌렀다.
이제 그 모든 기억은 오래된 필름처럼 마음속 서랍에 들어 있다. 빛은 바랬지만, 꺼내는 순간마다 공기와 온기가 되살아난다. 교수님의 티샷이 날아가던 하늘, 정치 뉴스 속 치료와 웃음, 그리고 나의 청춘. 그 시절의 나는 많이 웃었고, 많이 찍었으며, 깊이 꿈꾸었다.
오늘도 나는 그시절을 생각하며 비웃듯 스마트폰 카메라샷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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