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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속 잊혀지지 않는 한벌의 기억

꽃사미 2025. 4. 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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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의 옷, 그리고 조롱 ― 안타까운 한 조각 기억

세상에는 도무지 설명할 길 없는 일이 많다.
그날도 그랬다.

한 벌의 옷.
처음으로 여동생에게 선물로 받은 소중한 옷이었다.
물론, 그 옷은 애초 다른 사람을 위해 준비되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여동생의 예비 남편, 즉 매제 될 사람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운명의 실타래는 엉뚱하게 꼬였다.
매제될 이가 옷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반품 또한 불가했다.
결국, 나는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었다.
"오빠, 이옷 입어. 내가 처음으로 샀어?"

마치 늦가을 길가에 떨어진 낙엽 하나를 주워 소중히 품듯,
나는 그 옷을 기쁘게 받아들었다.
동생이 내게 무언가를 '선물'한 것은 생애 처음이었으니까.

그 옷을 입고, 나는 매제와의 첫 대면에 나섰다.
마음 한켠이 따뜻하고, 스스로가 조금은 근사해 보였다.
그러나 인생은 가끔, 가장 큰 기대를 가장 큰 조롱으로 갚아주기도 한다.

"어휴, 이 옷 뭐야? 완전 촌스럽네. 누가 이런 걸 입고 다녀?"

그는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을 후벼파는 송곳 같았다.
내가 입은 옷, 내가 좋아하던 그 옷,
처음으로 동생에게서 받았던 그 '작은 기쁨'이
순식간에 모욕과 부끄러움으로 찢겨나갔다.

나는 웃었다.
억지로, 어색하게, 마치 잘못 조율된 피아노처럼.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 소리 없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아무리 진심을 품고 있어도,
가볍게 짓밟히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무리 소중한 기억이라 해도
어떤 순간엔 손끝에 닿는 순간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지금 돌아보면,
그날 입었던 그 옷은 아직도 내 옷장 한편에 남아 있다.
비록 누군가의 비웃음을 샀던 옷일지라도,
그 속에는 한때의 순수했던 기쁨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

이것은, 한 벌의 옷에 얽힌, 조금은 쓸쓸하고도 웃픈 추억이다.
그리고,
조롱보다 더 강한 것은, 조롱당해도 여전히 미소 지으려 했던 나 자신이었다.

지금도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선물을 주려할땐 나자신에게 비겁하지 않으려한다. 먼저 선물다운 선물을 주려한다. 그리고 상처받았어도
다른이들을 위해 조용히 묵묵히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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