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식

곤달걀과 막걸리, 그 여름의 기억

꽃사미 2025. 8.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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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여름, 친구의 하숙집에서 우리는 어른인 척 술을 마셨다.
작은 방 안에는 전깃불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삶은 곤달걀 냄새가 막걸리 향기와 뒤섞여 있었다. 세상에 가진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마치 모든 걸 다 가진 듯 웃고 떠들던 그 밤.

막걸리 한 잔에 세상이 달라 보였고, 곤달걀 하나에도 배부른 행복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잔을 채워주며, 의사도 되고 싶고, 시인도 되고 싶고, 그저 어디론가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허세였을 뿐인데, 그때는 눈이 반짝이고 가슴이 벅찼다.

문득 옆집에서 들려오던 누나의 웃음소리. 술김에 용기를 내어 “누나, 같이 술 한 잔 해요!” 하고 외쳤던 순간. 돌아온 건 단정한 거절 대신, 조금은 장난스러운 웃음이었다. 그 웃음이 우리를 더 취하게 했다. 술 때문이 아니라, 젊음 때문이었다.

창밖에서는 매미가 밤을 가득 메우고, 우리는 방 안에서 서로의 꿈을 부풀렸다. 곤달걀을 반으로 쪼개 소금에 찍어 먹으며,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술안주라고 믿었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책임도 많아지고, 술자리의 맛도 달라졌다. 하지만 그 여름밤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막걸리의 구수한 향, 친구의 웃음, 옆집 누나의 웃음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툴렀지만 빛나던 우리의 젊음.

그 기억은 마치 곤달걀 속  딱딱한 흰자처럼,  내 안에 남아 있다.  아직도 가끔은 그 여름 속 향기를 다시 맡고 싶지만 그 친구는 이 세상에 없는이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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